페라리 하면 레드가 떠오른다. 차 잘 모르는 사람도 바닥에 붙은 듯 낮은 차체와 앙칼진 배기 사운드를 뿜어내는 빨간색 스포츠카가 지나가면 페라리인 줄 안다. 그럼 다른 브랜드는 어떨까? 디자인만큼 중요한 시그니처 컬러. 각 브랜드를 대표하는 5가지 색깔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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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_레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의 시그니처 컬러는 누가 뭐래도 레드다. 이탈리아어로 ‘로쏘 코르사(Rosso Corsa)’인데 영어로는 ‘레이싱 레드’다. 이름처럼 자동차 경주에서 유래됐는데 처음부터 페라리를 대표하는 컬러는 아니었다. 1900년 6월 프랑스에서 국가 대항전 격의 레이스 대회 ‘고든 베넷 컵’이 개최됐다. 이때 참가한 각 국가를 구분하기 위해 ‘내셔널 레이싱 컬러’라는 개념이 도입됐고 훗날 레드는 이탈리아 레이싱팀을 상징하는 색상이 됐다. 이러한 이유로 페라리뿐만이 아닌 이탈리아 태생 자동차 브랜드 알파로메오와 마세라티 등도 사용했지만, 현재는 페라리를 대표하는 컬러로 인식돼 있다. 아마 F1의 영향이 가장 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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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_옐로우

페라리와 함께 슈퍼카 브랜드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람보르기니는 ‘옐로우’를 브랜드 시그니처 컬러로 사용한다. 이탈리아 브랜드임에도 레드가 브랜드를 대표하는 컬러가 아닌 것은 페라리와는 다르게 모터스포츠에서 출발한 제조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옐로우 대신 람보르기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렌지’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브랜드를 상징하는 대표 컬러 하나만 뽑으라면 당연 옐로우다. 최근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는 1971년 공개한 브랜드의 전설적인 슈퍼카 ‘쿤타치 LP 500’을 완벽하게 복원했다. 그 모델에 적용된 컬러는 ‘지알로 플라이 스페시알레(Giallo Fly Speciale)’라고 불리는 옐로우. 영롱한 그 자태를 보고 있으면, 스피드와 모터스포츠를 상징하는 색상은 어쩌면 레드가 아닌 옐로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보다 확실한 건 람보르기니 엠블럼 속 황소의 털이 밝게 빛나는 옐로우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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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_아이리쉬 그린

외계인 고문해서 차 만든다고 소문 난 독일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 시그니처 컬러는 ‘아이리쉬 그린(Irish Green)’이다.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가 아니다. 아이리쉬 그린은 포르쉐의 창업자 페르디난트 포르쉐의 아들인 ‘페리 포르쉐’가 소유한 첫 번째 911에 적용됐던 컬러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7년 포르쉐는 브랜드 아이코닉 모델인 911의 ‘백만 번째’ 모델을 생산하는데 그 모델에 적용된 컬러가 아이리쉬 그린이었다. 당시 페리 포르쉐의 막내아들이자 포르쉐 AG의 회장이었던 ‘볼프강 포르쉐’는 911의 백만 번째 모델은 아버지에 대한 존경의 의미가 담겨 있고 그래서 그가 처음 소유한 911과 동일한 컬러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물론 포르쉐의 또 다른 심볼인 ‘레이싱 옐로우’와 ‘GT 실버 메탈릭’도 매력적이다. 그래도 포르쉐 가문의 사연이 담긴 아이리쉬 그린이 눈에 밟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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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라렌_파파야 오렌지

영국 슈퍼카 브랜드 맥라렌은 ‘오렌지’ 컬러가 시그니처다. 맥라렌의 역사는 페라리와 마찬가지로 자동차 제조사 이전에 레이싱팀에서부터 시작됐는데 ‘파파야 오렌지(Papaya Orange)’로 불리는 이 색상은 맥라렌 레이싱팀을 창단한 부르스 맥라렌에 의해 만들어진 컬러였다. 1960년대 당시 부르스는 노란색과 오렌지색이 묘하게 섞인 이 컬러를 머신에 입혀 대회에 내보냈고 맥라렌 레이싱팀이 레이스 무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서 파파야 오렌지 컬러도 유명세를 떨치게 됐다. 하지만 부르스가 1970년 새로운 머신인 M8D 모델을 테스트하다 불후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팀을 맡은 테디 마이어와 론 데니스 등에 의해 파파야 오렌지 컬러도 맥라렌에서 서서히 지워졌다. 물론 최근에는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을 부르스가 흐믓하게 바라볼 만큼 브랜드 다양한 곳에서 시그니처 컬러의 역할을 수행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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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스터마틴_실버 버치

영국 럭셔리 스포츠카 브랜드 애스터마틴의 시그니처 컬러는 ‘브리티시 레이싱 그린(British Racing Green)’이다. 앞서 말한 내셔널 레이싱 컬러가 기원이 되는데 영국은 고든 베넷 컵에 참가할 당시 레이스카를 녹색으로 칠한 뒤 레이스에 참여했다. 이와 같은 이유로 같은 영국 태생 자동차 브랜드인 재규어와 미니도 브리티시 레이싱 그린 컬러를 애정하는 편이다. 물론 기자는 아니다. 소제목에 언급한 것처럼 애스터마틴의 진정한 색깔은 ‘실버 버치(Silver Birch)’라고 말하고 싶다. 애스터마틴 하면 ‘007 시리즈’가 떠오르는데 영화 007에는 ‘애스터마틴 DB5’가 반드시 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제봐도 섹시한 DB5. 그 모델의 드레스 컬러가 실버 버치니, 말 다 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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