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가 갖고 싶다. JCW 배지가 붙은 모델로.

여자들은 미니를 좋아한다. 동그래서 귀여운 헤드램프와 유니크한 매력의 유니언잭 테일램프, 아기자기한 토클 스위치로 꾸며진 실내까지 미니는 여자들이 혹할 만한 요소를 전부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덕분에 스물하나 풋풋한 여대생도, 서른셋 커리어우먼 이 대리도, 마흔다섯 콧대 높은 애엄마도 미니에 빠져든다. 저마다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해치백 쿠퍼냐? 왜건 클럽맨이냐? SUV 컨트리맨이냐?’로 고민할 뿐, 그녀들의 미니에 대한 사랑은 일편단심이다.

 

그렇다고 미니가 여자들에게만 어필하는 브랜드라고 오해하면 곤란하다. 미니는 남자도 설레게 만든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그들은 고성능 배지가 붙은 JCW 라인업에 군침을 흘린다.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인천 영종도 미니 드라이빙 센터에서 열린 ‘미니 JCW 챌린지’에 참가하며 새삼 깨달았다. ‘가져야만 치료된다’는 ‘미니병’에 걸린 건 덤이고.

 

미니 JCW 챌린지에 대해 짧게 설명하면, 미니 코리아가 2022년부터 JCW 모델 오너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레이싱 이벤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오너들은 그동안 금이야 옥이야 애지중지한 본인들의 애마를 끌고 와서 ‘타임 트라이얼’과 ‘짐카나’ 두 가지 종목에 참가해 승부를 겨룬다.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이벤트는 아니다. 단순 레이스 대회보다는 축제에 가까우니까. 다만 포디움에 오르면 깜짝 놀랄 만한 상품이 주어지기 때문에 뜨거운 경쟁이 펼쳐진다. 필자는 미니도 없고 JCW도 없지만, 운 좋게 미디어 세션 티켓을 거머쥔 덕분에 미니 JCW 챌린지에 참여하게 됐다. 단 미디어 세션은 ‘타임 트라이얼’과 ‘짐카나’에 더해 ‘레이싱 시뮬레이터’까지 총 세 가지 종목으로 경쟁한다. 

 

미니 쿠퍼 JCW와 F1 서킷을 달리다

“C그룹은 여기로 모이세요” 행사 관계자가 손짓한다. 레이싱 시뮬레이터부터 탄다고 한다.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은 겜돌이 사이에서 유명한 아세토 코르사. 트랙은 포뮬러원(F1) 영국 그랑프리가 열리는 실버스톤 서킷이다. 18개의 코너와 2개의 긴 직선 주로를 품은 이곳은 총길이가 5.891km에 달하는 트랙이다. 

 

실버스톤 서킷은 미니의 고향인 영국의 대표 서킷인데 F1 월드 챔피언십이 처음 개최된 1950년 1라운드 경기가 열린 곳이기도 하다. 모터스포츠의 상징과도 같은 서킷에서 미니를 타고 레이스에 참가할 생각을 하니,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가슴이 뛴다. 오늘의 레이스카는 미니 쿠퍼 JCW. 땀으로 살짝 젖은 손바닥을 바지에 쓱 문지르고 명품 레이싱 기어 파나텍 스티어링휠을 살포시 쥔다. 

 

주어진 연습 시간은 단 5분, 카운트 시작. 천천히 감을 익힌다. 게임이지만, 미니 특유의 고-카트 필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스티어링 피드백은 재빠르고 누가 JCW 아니랄까 봐 변속감도 박력넘친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마음에 드는 건 핸들링. 코너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살짝 밟은 상태(트레일 브레이킹)로 진입하면, 아주 예쁜 레이싱 라인이 자동으로 그려진다. 그렇게 어느새 짧은 연습 주행이 끝나고 랩타임 계측도 끝났다. 2분 28초 451. 나쁘지 않은 기록인 것 같다. 그룹 1위인데, 이 랩타임이 행사가 끝날 때까지 랩타임 보드 최상단에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향후 레이싱 시뮬레이터를 접하게 될 독자를 위해 한 가지 팁을 공유한다. 만약 해당 서킷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급작스럽게 주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가이드라인을 놓치지 않으면서 달리기 위해 애쓰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세토 코르사의 경우 그린, 옐로우, 레드 총 3가지 컬러를 통해 가속과 브레이킹 시점을 알려주는데, 가이드라인을 잘 따라서 달리는 것만으로 평균 이상의 랩타임은 보장된다.

 

클럽맨, 컨트리맨, 쿠퍼... JCW 삼총사 중 누가 가장 빠를까?

‘타임 트라이얼’ 순서가 찾아왔다. 주로 TT라고 짧게 부르는 이 경기는 서킷 한 바퀴를 가장 빠르게 주파하는 사람이 이기는 아주 단순한 규칙이 적용된다. 문제는 차종이 다르다는 것. 클럽맨, 컨트리맨, 쿠퍼 3대의 JCW 모델 중 뽑기를 통해 차가 결정된다. 심혈을 기울여 뽑은 결과는? 아... 쉽지 않을 것 같다. 쿠퍼 JCW다. 작지만 빠른 또 아주 재미있는 펀카지만 306마력을 발휘하는 클럽맨, 컨트리맨과 달리 231마력에 불과하다. 

 

1등은 물 건너간 것 같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컨버터블 모델이라는 것. 서킷 주행이라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순 없지만, 머리 위를 감싸는 소프트톱을 보는 것만으로도 괜히 기분이 좋다. 인스트럭터가 이끄는 연습주행을 마치고 계측에 들어간다. 

 

231마력이지만, 1405kg의 가벼운 공차중량으로 가속력에는 불만이 없다. 여기에 짧은 휠베이스와 단단한 하체, 균형 잡힌 차체 밸런스는 마주하는 모든 코너를 예리하게 빠져나가도록 돕는다. 스티어링 반응과 피드백이 직관적이라 마음에 쏙 드는데, 조금 의외인 점은 전자제어장비 개입 시점이 상당히 이르다. 공도 주행 시 안전을 위해 보수적으로 세팅한 것 같다.

 

최종 랩타임은 1분 35초 39. 트랙션 컨트롤 ‘DTC’와 스태빌리티 컨트롤 ‘DSC’를 끄고 주행했다면, 더 빠른 랩타임을 기록할 수 있었겠지만 JCW를 타고 미니 드라이빙 센터를 즐겁게 달렸으니, 이만하면 됐다 싶다(DTC라도 끄고 탈 걸…).  

 

클럽맨 JCW와 춤추는 법

하이라이트는 ‘짐카나’ 레이스다. 모두가 같은 차(클럽맨 JCW)를 타고 처음 마주하는 코스에서 달리니, 타임 트라이얼보다 공평한 게임인 셈이다. 코스 난이도는 평이한 편. 슬라럼을 통과하고 유턴한 뒤 예쁘게 8자를 그려주고 ‘슈우욱’ 빠져나온 후 잘 멈추기만 하면 된다. 주의할 점은 콘을 터치하면 1초, 정지선을 이탈하면 2초가 가산되니, 정신 바짝 차리고 달려야 한다. 이 두 가지만 잘 지켜도 중간 이상은 한다.

 

어찌어찌 연습 주행이 끝났다. 이제 본 게임이다. ‘3, 2, 1 출발!’ 스타트 신호가 떨어지기 무섭게 클럽맨 JCW가 힘차게 뛰쳐 나간다. 공차중량이 1640kg으로 가벼운 편은 아니지만 최고출력 306마력, 최대토크 45.9kg.m의 파워를 발휘하는 2.0ℓ 터보 엔진과 8단 스텝트로닉 스포츠 변속기가 박력 있게 밀어준다. 강력한 배기음은 보너스.

 

오른쪽, 왼쪽 그리고 다시 왼쪽, 오른쪽. 빠른 속도로 슬라럼에서 헤엄치고 있지만, 탄탄한 섀시는 무너질 생각이 없다. 드디어 오늘의 승부처인 8자 구간. 언더스티어를 최대한 억제하며 통과하는 게 키포인트인데, 똑똑한 ALL4 시스템과 전륜 LSD가 적용된 클럽맨 JCW 덕분에 누워서 떡 먹는 것만큼 쉽다. 이제 마지막으로 긴급회피 구간을 ‘슈우욱’ 잘 빠져나간 뒤 브렘보 4P 브레이크 시스템을 이용해 잘 멈추기만 하면 될 뿐. 기록은 31초 13.

 

이날 운이 좋게도 미디어 세션에서 TT를 제외한 짐카나와 레이싱 시뮬레이터 두 가지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중복 수상이 불가한 탓에 짐카나 성적만 인정된 건 조금 아쉽지만, 미니 JCW를 제대로 맛볼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 미니 관계자가 시상식에서 필자를 호명하기 전 “오늘 행사에서 JCW의 진가를 가장 제대로 느낀 분이 아닐까 한다”고 소개했는데, 다른 건 몰라도 ‘미니병에 가장 심하게 걸린 사람’은 맞는 것 같다.

여하튼 미니 JCW 챌린지 최종 우승자(오너)에게는 영국 굿우드 페스티벌 및 미니 옥스퍼드 공장을 견학할 수 있는 기회와 이를 위한 항공 및 숙박권이 부상으로 주어졌다고 하는데... 정말 부럽다. 이왕 이렇게 된 거 JCW 한 대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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