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캐스퍼가 출시된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작년 9월 처음 공개됐을 땐 경차 SUV라는 생소한 장르와 동급 경쟁 모델 대비 비싼 가격으로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매달 3,000~4,000대씩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굳혔다.

이번에 나온 '디 에센셜'은 지난 1년간 인기가 높았던 사양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누릴 수 있도록 한 신규 트림이다. 깡통 모델(스마트)과 최상위 트림(인스퍼레이션) 풀옵션 대비 어떤 장비들이 들어가고 빠졌는지, 없어서 아쉬운 기능은 뭐가 있는지 위주로 살펴봤다.

시승차는 별도 옵션이 추가되지 않은 디 에센셜 기본 모델(1,690만 원)이다.

일단 겉모습은 상급 모델보다는 하위 트림에 더 가깝다. 휠도 가장 기본 사양인 15인치 스틸 휠이 들어갔고, 사이드 미러 LED 방향 지시등도 빠져있다.

테일램프도 자세히 보면 'LED 리어 콤비 램프'가 들어가지 않아 길이가 짧은 걸 알 수 있다. 또한 최상위 트림에선 선택 가능한 리어 스포일러를 디 에센셜에선 추가할 수 없다.

인스퍼레이션과 닮은 점도 있다. 후륜 디스크 브레이크가 기본으로 들어가며, 지붕에도 루프랙이 설치돼 있다. 헤드램프도 프로젝션 타입이다. 앞뒤 범퍼 스키드 플레이트에도 은색이 칠해져 메탈 느낌을 준다.

전반적인 외관은 굳이 뭔가 더 추가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느낌이다. 기본적으로 워낙 개성있는 디자인이다 보니 그 자체로 나름의 멋이 있다.

휠의 경우도 어차피 바람개비 형상의 날렵한 디자인은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사이즈 업 하지 않는 게 연비 측면에서도 유리하고 터프한 SUV 이미지를 살리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나 싶다.

참고로 17인치 휠과 사이드 미러 LED 램프 추가, 리어램프 길이 연장이 한데 묶인 '스타일' 옵션은 70만 원이다.

겉모습보다 더 주목할만한 부분은 실내다. 스마트와 모던에서 각각 152만 원, 143만 원 줘야 살 수 있었던 7가지 구성품들(스마트는 리어 와이퍼&워셔까지 총 8가지)이 몽땅 기본 탑재돼 있다.

센터페시아엔 90년대 차에서나 볼 법한 오디오 시스템 대신 8인치 LCD 모니터가 자리하고 있으며, 스피커도 스마트 2개, 모던 4개보다 많은 총 6개가 장착돼 있다.

또한 풀 오토 에어컨과 하이패스, 스마트키와 버튼식 시동, 후방 모니터, 미세먼지 필터 등을 별도 옵션 구매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하위 트림 대비 본전 뽑았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스마트에서는 선택조차 할 수 없는 인조가죽 시트와 운전대, 모던에서 옵션으로도 지원하지 않는 1열 팔걸이를 디 에센셜에선 모두 기본으로 제공한다.

캐스퍼에 세계 최초로 들어갔다는 운전석 폴딩 기능은 40만 원 주고 따로 사야 한다. 2열 슬라이딩&리클라이닝과 USB 포트도 함께 추가된다.

개인적으로는 전 좌석 풀 폴딩 안 되는 게 딱히 불편함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하지만 1인 캠핑이나 차박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옵션 구매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캐스퍼는 현행 국산 경차 중 유일하게 '터보 엔진'을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과거 풀옵션 모델을 타봤을 때 기대 이상으로 민첩한 성능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그레서 이번엔 자연흡기 모델을 골랐다. 최고 출력 76마력(6,200rpm), 최대 토크 9.7kgf.m(3,750rpm)의 엔진으로 기아 모닝, 레이와 동일한 사양이다. 터보와 비교하면 최고 출력이 24마력, 최대 토크는 7.8kgf.m 낮다.

달리는 느낌은 생각보다 경쾌하다. 엑셀 페달을 밟으면 985kg의 차체가 재빠르게 앞으로 튀어나간다. 가속감도 제법 준수한 것이 개인적으로 보유 중인 준중형 세단보다 오히려 더 잘 나가는 것 같다.

물론 1.0리터 직렬 3기통 엔진이라는 태생적인 한계는 명확하다. 오르막길을 오를 때면 RPM이 3,000대까지 치솟는다. 시동 켜는 순간부터 들려오는 경박스러운 엔진음과 달달거리는 진동도 차급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도심 주행용으로 탄다면 굳이 터보를 넣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충분히 잘 달린다. 아무렇게나 막 몰아도 리터당 15km 전후의 연비를 무리 없이 뽑아내는 것 또한 터보였다면 어려웠지 않을까 싶다.

만약 90만 원(스마트, 모던은 95만 원)의 추가 비용이 부담스러운 사회 초년생이나 대학생이라면 '캐스퍼 액티브' 옵션은 선택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캐스퍼 디 에센셜에서 가장 애매한 부분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구성이다. 최하위 모델인 스마트와 비교해 나은 점이 없다.

차로 이탈방지(LKA)와 차로 유지 보조(LFA)는 들어있지만, 크루즈 컨트롤은 '어댑티브'가 아닌 일반 사양이다. 원하는 속도를 설정하면 앞에 차가 있든지 말든지 그 속도로 돌진해버린다.

옆 차선에 다른 차량이 접근하면 사이드 미러에 빨간색 표시를 띄워주는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도 제외됐다.

70만 원을 내면 이런 기능들이 잔뜩 들어간 '현대 스마트센스' 옵션을 구매할 수 있다. 앞 차와의 간격을 유지해주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뿐만 아니라 고속도로 및 자동차 전용 도로의 안전속도 구간에서 자동으로 감속해주는 기능까지 포함돼 있다.

다만 캐스퍼에 들어가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스탑앤고'를 지원하지 않아 속도가 시속 10km 이하로 내려가면 기능이 꺼져버린다. 상위 체급 차량들처럼 막히는 구간에서 멈췄다가 알아서 출발해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만약 고속도로를 자주 이용한다면 옵션 구매를 추천한다.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그러나 도심 주행이 대부분일 경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때문에 굳이 70만 원을 쓸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 정도를 제외하면 따로 옵션을 추가하지 않아도 될 만큼 웬만한 기능들이 알차게 들어가 있다.

특히 모던과 100만 원 밖에 차이 나지 않는데 143만 원 상당의 멀티미디어 내비 플러스가 기본 적용돼 있고, 후륜 디스크 브레이크와 프로젝션 헤드램프 등 갖가지 장비가 포함돼 있어 가격 경쟁력이 매우 뛰어나다.

캐스퍼 구매를 고려 중인 사람에게 디 에센셜은 상당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모터프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