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제네시스 GV60을 시승했을 때 일이다. 시승기 업로드 후 반응이 궁금해 GV60 온라인 카페를 둘러봤는데, 가장 많이 나온 말은 '2륜 모델(스탠다드 트림) 시승기는 왜 없느냐'는 것이었다.

당시 시승 행사엔 최상위 트림인 퍼포먼스 4륜에 다양한 기능을 모조리 넣은 '풀옵션' 차량만 제공됐다. 기자, 유튜버 할 것 없이 퍼포먼스 모델 이야기만 하니 스탠다드 트림 후기를 기다리던 대다수의 구매 예정자들은 거센 불만을 쏟아냈다.

이는 제네시스만의 일이 아니다. 지금껏 다양한 브랜드 차량을 시승했지만 '깡통 모델'을 탔던 적은 (개인적으로) 없었다. 중간 트림이 나오는 경우가 가끔 있긴 했지만 대부분 행사는 풀옵션 차량만으로 진행됐다.

제조사 입장을 생각하면 이해는 간다. 고생해서 만든 신차를 처음 평가받는 자리이니 되도록 좋은 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은 감추고 싶을 거다. 그러기 위해 풀옵션 모델을 내놓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은 다르다. 모두가 풀옵션 차량을 사진 않는다. 적당한 트림에 한두 개 옵션을 넣어 실속을 챙기거나, 때론 '깡통 모델'을 구매하기도 한다.

전기차는 특히 더 그렇다. 어떤 트림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보조금 액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소비자와 제조사 모두 가격에 민감하다.

위에서 언급한 GV60이 딱 그런 사례다. 기본 모델인 스탠다드 2륜은 5,990만 원(개별소비세 3.5% 기준)으로 아슬아슬하게 6,000만 원을 넘지 않아 국고 보조금을 전액(800만 원) 받을 수 있다. 반면 스탠다드 AWD와 퍼포먼스는 6,000만 원을 초과해 보조금 액수가 300만 원대에 불과하다.(올해 기준, 내년부터는 보조금 100% 지급 상한액이 5,500만 원으로 조정된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GV60 사전 계약자의 84%가 스탠다드 2륜 모델을 선택했다. 스탠다드 AWD와 퍼포먼스 비중은 각각 11%, 5%에 그쳤다. 그런데 정작 시승기는 퍼포먼스 트림만 다루고 있으니 스탠다드 2륜 계약 후 시승기를 기다리던 대부분의 누리꾼들이 불만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시승기는 차량 구매를 앞둔 소비자들에게 매우 귀중한 정보다. 여러 시승기를 꼼꼼히 비교해가며 어떤 차를 살지 고민하는 대다수 누리꾼들은 풀옵션 차량만 제공되는 시승 행사가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9월 열린 현대 캐스퍼 시승 행사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당시 참석했던 동료 기자에게 물어보니 풀옵션에서부터 아무런 사양이 추가되지 않은 '깡통 모델'까지 다양한 종류의 차량이 준비돼 있었다고 한다. 앞으로도 이같은 시승 행사가 더욱 확대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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