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뮬러 원(F1) 페르난도 알론소가 아부다비 그랑프리에서 세바스티안 베텔에게 첫 번째 바퀴에서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오랜 시간 경쟁해온 베텔이 성공적으로 은퇴전을 치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 F1 2022시즌 마지막 라운드 아부다비 그랑프리가 개최된 가운데 페르난도 알론소는 레이스 직전 차량에 탑승해 있는 세바스티안 베텔에게 다가가 “1랩에서 공격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레이스를 즐겨라”고 말했다.

당시 이 장면은 F1 TV를 통해 생중계됐는데 그와 동시에 많은 팬과 업계 관계자들이 은퇴전을 치르는 베텔을 향한 알론소의 배려심에 크게 감동했다.

이번 이슈는 아부다비 그랑프리를 끝으로 16시즌 동안의 F1 드라이버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베텔로 인해 비롯됐다. 베텔이 지난 7월 헝가리 그랑프리를 앞두고 “삶의 관심사가 챔피언십에서 경쟁하는 것이 아닌 가족들과 함께하는 것으로 변했다”고 밝히며 2022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알론소가 본선 레이스 직전 베텔에게 약속한 내용은 스타팅 그리드 순서와 관련돼 있다. 대게 본선 레이스 사고 비율은 첫 번째 바퀴에서 가장 높은데 주로 후행 차량이 선행 차량을 추월할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아부다비 레이스에서 알론소는 10번 그리드를 배정받아 베텔 바로 뒤쪽에서 레이스를 시작하는 상황이었다.

전문가들은 알론소가 이러한 점을 고려해 베텔에게 해당 내용을 약속한 것 같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알론소는 프레스 컨퍼런스 자리에서 “내 목표 중 하나는 이번 레이스가 끝날 때 트랙 안에 있는 것”이라며 “경기를 마친 후 베텔과 함께 도넛(원돌이) 세레머니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본인과 베텔의 레이스 완주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기원한 것이다.

또한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이 알론소가 베텔을 진심으로 존중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2001년 데뷔한 알론소와 2006년 데뷔한 베텔은 14시즌 동안 F1 무대에서 경쟁하며 동고동락한 사이다. 게다가 알론소(2회)와 베텔(4회) 모두 월드 챔피언을 지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울러 알론소 본인이 2018년 은퇴할 당시 베텔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받았기 때문에 되돌려 주는 차원이라는 분석도 따른다. 당시 베텔은 F1과의 인터뷰를 통해 알론소의 은퇴를 아쉬워하며 “언젠가 당신이 컴백하면 보자”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알론소 역시 이번 인터뷰에서 2018년 베텔의 인사를 기억하는 듯 “당신이 그리울 것이고 당신도 나처럼 돌아올 것이니 곧 다시 보자”고 말했다.

결국 베텔은 알론소의 바람대로 별다른 사고 없이 10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마지막 레이스를 완주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알론소는 본인의 바람과 달리 레이스카 결함으로 27랩에서 리타이어하며 베텔과 함께 도넛을 그리겠다는 목표는 이루지 못하게 됐다.  

한편 알론소는 2023시즌부터 베텔을 대신해 애스턴마틴 소속으로 챔피언십 경쟁에 나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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