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라서 가능하고 지프가 하니까 납득이 되는 지프만의 독보적인 자동차 문화. 지프 캠프에 다녀왔다. 비록 지프 오너는 아니지만 좋은 기회가 생겨 지프가 오로지 고객만을 위해 준비한 놀이터에서 한바탕 실컷 놀다 왔다. 정말 모든 분위기가 힙하고 또 즐겁다. 지프 오너라면 손에 쥐고 있는 유효기간 없는 특권을 이용해 꼭 한 번 가보길 바란다. 일상 탈출로 이보다 더 매력적인 자동차 관련 이벤트는 없다. 

“자기야, 우리도 지프 한 대 들일까?”

2주 전 ‘지프 캠프 2022’에 다녀온 후 아내에게 처음 뱉은 말이다. 사실 글을 쓰는 지금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오늘은 2022시즌 지프 캠프가 막을 내리는 날이다. 2004년 동북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후 올해로 16회째를 맞이한 지프 캠프는 지난달 24일부터 오늘까지 220개팀이 참가하는 가운데 2박 3일 프로그램으로 총 4회(각 55개팀)에 걸쳐 진행됐다. 끝났다고 크게 아쉬워할 건 없다. 신청 페이지가 오픈된 지 10분 만에 10:1의 치열한 경쟁률 속에 티켓의 주인이 정해졌지만 2020년 코로나19와 같은 큰 이슈가 발생하지 않는 한 매년 열리는 이벤트라 내년에도 기회가 있다. 필자는 지프 오너들보다 앞선 10월 20일, 1박 2일 일정으로 짧고 굵게 지프만의 문화를 경험하고 왔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바쁜 일상을 벗어나 지프를 지프답게 타면서 자연에 흠뻑 취할 수 있는 힐링 타임’.

“너무 졸린데, 양양까지 언제 가지?”

새벽 5시. 잠을 한숨도 못 잤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자동차 기자가 되고 다양한 브랜드가 개최하는 수많은 행사에 참여했지만 1년 중 가장 설레는 날은 지프 캠프가 있는 오늘 같은 날이다. 사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인데 당시에는 첫 경험이기도 했고 지프의 픽업트럭인 글래디에이터가 신상으로 출시된 때라 행사의 분위기에 녹아들었다기보다는 차량 성격을 파악하기에 바빴다. 이번에는 그렇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어젯밤 싸둔 백팩과 함께 차에 몸을 실었다. 내비게이션에 ‘강원도 양양군 송정해변’을 치고 ‘여행 갈 때 듣기 좋은 플레이리스트’를 틀고 다소 들뜬 기분으로 3시간 좀 안 되게 달렸을까? 지프 캠프가 열리는 곳임을 알리는 팻말이 보인다. 캠핑장 입구에 마련된 리셉션으로 들어서니 행사 관계자가 예쁜 지프 스티커를 차에 붙여준다. 이제 시작이라는 뜻.

“근데 작년이랑 똑같은 곳에 캠프를 마련했네?”

조금 아쉽다. 2021년과 장소가 동일하다. 지난해에도 참여한 오너가 있다며 기자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 터. 하지만 이러한 생각도 잠시다. 지프가 이점을 고려해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아쉬움은 눈 녹듯 사라지니 말이다. 작년과 달리 체험 프로그램과 놀거리 및 즐길 거리가 더욱 다채롭다. 먼저 캠핑장 잔디광장에 가족 또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 수 있는 플레이 그라운드 존이 마련됐다. 탁구부터 포켓볼 그리고 멀리뛰기 및 균형잡기 놀이 등을 할 수 있어 새롭다. 게다가 세심하게 오너들이 반려견을 동반할 것을 대비해 어질리티 존도 준비했다. 여기에 현장 운영 본부에서는 캠핑 스트랩과 핀 버튼 만들기 체험이 가능하고 광장의 다른 한편에는 파머스 마켓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강원 지역 특산품도 즐길 수 있다. 기자는 결국 막걸리 한 병을 구입했다. 평소 술을 즐기지 않지만 시음해보니 빈손으로 돌아가면 후회할 것 같았다.

“반갑다! 어디든 갈 수 있는 네가 내 파트너구나”

온종일 함께할 파트너는 글래디에이터로 정해졌다. 짧게 소개하면 지프의 픽업트럭으로 몸값은 8,130만원이다. 생김새에서 알 수 있듯 랭글러의 파생 모델이다. 가장 큰 차이는 휠베이스가 더 길다는 것과 별도로 짐칸이 존재한다는 것.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 아닌 최고출력 284마력, 최대토크 36.0kg.m를 발휘하는 3.6리터 자연흡기 엔진이 탑재된다는 것도 다른 점이다. 공통점은 랭글러와 글래디에이터 모두 아스팔트보다는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 제 진가를 드러낸다. 사실 지프 엠블럼을 달고 있는 모델의 전반적인 특징이다. 엔트리 모델인 레니게이드와 도심형 SUV를 지향하는 체로키 형제들도 농도의 차이가 있을 뿐 오프로드 DNA가 뿌리 깊게 박혀있다. 다시 말해서 지프가 만드는 자동차는 차종을 불문하고 기본적으로 오프로드 성능을 지니고 있다는 뜻. 다만 이번에는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랭글러와 글래디에이터로만 행사가 진행된다는 게 지프 측의 설명이었다. 

“그래, 지프는 이런 데서 이렇게 타야지!”

웨이브 파크로 입장한다. 오프로드 주행을 위한 인공 구조물로 가득하다. 작년과 구성은 비슷하지만 규모는 더욱 커졌다. 코스는 등판, 계단, 모굴, 통나무, 시소, 락 크롤링, 사면로 등 다양하고 알차게 구성돼 있다. 거침없이 오르고 내린다. 주저하거나 물러설 필요가 없다. 너무나 손쉽게 주파한다. 드라이버의 실력이 좋아서가 아니다. 구릿빛 피부에 까만 선글라스를 쓴 힙한 스타일의 인스트럭터의 말에 귀 기울이고 4륜 오토로 설정한 게 전부다. 알아서 잘 간다. 여기에 강한 트랙션이 필요할 때 4륜 로우 기어로 변경하는 것과 차량의 바퀴가 지면에서 떨어질 때는 스웨이바 버튼을 누른다는 것만 기억하면 더할 나위 없다. 누구나 프로 오프로더가 될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은 코스는 숲길 도강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이 절로 떠오른다. 녀석의 타이어는 이미 모두 잠겼지만 개의치 않고 시원한 물보라를 만들며 박차고 나간다. 정말 짜릿하다. 자고로 지프는 이런 곳에서 경험해야 하는데 대부분 오너들이 지프를 지프답게 못 타고 있지 않은가. 그도 그럴 게 오프로드 주행 중 차량의 데미지가 생기면 고스란히 재정적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 참으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마음을 지프가 아는 것 같다. 오너가 원하면 차량을 빌려준다고 한다. 같은 차종을 타고 있다면 내 차량의 성능을 알 수 있는 좋은 척도가 될 것이고 다른 차종을 소유하고 있다면 또 다른 지프 라인업을 타는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일상 탈출, 그래 바로 이런 게 힐링이지”

멍하니 1시간 정도 산길을 달리다가 무심코 뱉은 말이다. 지프가 준비한 마운틴 트레일을 경험 중이다. 양양 정족산 일대로 다듬어지지 않아 험준한 임도가 28km가량 펼쳐지는데 2시간 30분 코스다. 양양의 푸른 바다와 가을에 젖어 붉게 물든 정족산의 경취를 보며 달리다보니 바쁜 일상에서 쌓인 모든 시름이 온데간데없이 씻겨져 내려가는 듯하다. 창문을 내리고 주행한 바람에 머리가 흙먼지로 샛노랗게 물들었지만 기분만큼은 최고다. 지프 캠프에 참여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평소 이곳은 일반인 출입이 제한된 곳인데 지프가 양양군으로부터 차량 운행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뭐니 뭐니 해도 하이라이트는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 기다리고 기다리던 저녁 식사 시간이 찾아왔다. 온종일 정신없이 지프 라이프를 즐긴 만큼 뱃가죽은 등가죽에 붙어버렸다. 필자의 경우 동료 기자들과 함께 고기를 굽고 맥주 한잔 걸치며 업계 얘기와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로 밤을 보냈다. 지프 오너들은 가족 또는 친구들과 함께했을 테니 좀 더 유익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 더구나 1박 2일도 아닌 2박 3일 프로그램이라서 기자들보다는 좀 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고 좋은 추억도 많이 쌓았을 것 같다.  

“이게 8만원이라고? 이러니 1만대 클럽이지”

참가 비용이 8만원이라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이렇게 알찬데 이렇게 저렴하다니. 그렇다면 지프가 빚지는 장사를 하는 것일까? 물론 아니다. 장기적으로 고객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 중 하나다. 다만 의도가 무엇이 됐든 간에 지프 오너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또 이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칭찬하고 싶다. 이러한 노력이 있어 지프가 2021년 수입차 ‘1만대 클럽’ 재진입할 수 있었던 것 같고. 그럼 오늘 집에 들어가서 당당하게 아내에게 말해야겠다.

“자기야, 아무래도 지프 한 대 들여야 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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