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 녀석이 “차 어떠냐?”고 내게 물었다. 그래서 “차 좋아, 괜찮아”라고 짧게 답했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6. 한 마디로 ‘좋은 차’다.

“차 어때?”, “차 좋아?”, “승차감은 어떤데?”, “밟으면 잘 나가냐?” 등등 신차가 출시될 때면 자동차 기자라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주변 지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구매할 마음이 없어도 심심풀이 땅콩 삼아 묻곤 한다. 그럴 때면 이미 준비해 둔 2가지 유형 중 하나의 답변을 내놓는다. “좋아” 또는 “별로야”라고. 아이오닉 6의 경우는 전자였다. 큰맘 먹고 전기차 한 대 들이길 원하는 친한 친구에게 욕먹지 않을 확신을 주는 모델이다. 아이오닉 6와 3박 4일간 함께했다. 트랙은 인천과 강남을 오가는 도로였고 레이스는 주로 꽉 막히는 출퇴근 시간에 치러졌다.

하나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좋은 차의 기준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필자는 해당 모델이 그 장르에 속한 차량이라면 반드시 지녀야 하는 요소에 부족함이 없어야 좋은 차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스포츠카는 가벼운 차체와 민첩한 핸들링으로 코너의 진입부터 탈출까지 즐거움을 주어야 한다. 왜건이라면 넓은 적재공간을 제공해야 하고 짐을 싣고 내릴 때도 턱에 걸리는 등의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패밀리 세단이 반드시 갖춰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가족과 나들이 갈 때 불편함 없는 넉넉한 실내공간과 승차감. 여기에 운전자가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출력만 갖추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전기차라면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만 더하면 될 터.

시승차는 아이오닉 6 롱 레인지 4WD 모델. 20인치 타이어가 장착돼 제원상으로 1회 충전 시 420km를 주행할 수 있다. 실제로 달려보니 오히려 브로슈어에 적힌 숫자를 가뿐히 넘어섰다. 전기차 주행 거리가 극대화되는 꽉 막히는 길이 대다수였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높은 전비를 보기 위해 애쓰지 않은 것과 도로 조건이 허락될 때 급가속을 반복한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수준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하면 회생제동량을 1단계로 설정하고 달렸다는 것. 아마도 4단계이자 원 페달 모드인 i-페달로 설정하고 주행했다면 클러스터에 누적 주행 거리 470km를 띄울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한다. 아이오닉 5와 같은 77.4kWh 용량의 배터리를 가지고 더 높은 전비 효율을 보여주는 걸 보니 현대차가 공기저항계수 0.21을 홍보하는 것에 왜 그리 매달렸는지 이해가 된다. i-페달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를 덧붙이면 강한 회생제동에서 오는 멀미와 약간의 이질감 탓.

승차감은 너무 무르지도 단단하지도 않은 편으로 저속 영역보다는 고속에서 만족감이 더 크다. 패밀리 세단을 지향하는 모델치고는 좌우롤링과 피칭이 적은 게 특징인데 이런 이유로 과속방지턱이나 요철을 지날 때 구름 위를 넘어가는 듯한 부드러운 느낌은 없다. 이 부분은 어쩔 수 없다. 하나를 취하면 하나를 내주어야 한다. 아이오닉 6의 사륜구동 모델은 프론트 액슬과 리어 액슬에 각각 모터가 탑재돼 최고출력 325마력(PS)을 발휘한다. 하체를 소프트하게 세팅했다면 300마력이 넘는 파워를 온전히 쓰기에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대신 고속 영역에서 크루징할 때나 굽이진 와인딩 로드를 공략할 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스포츠 성향이 다분하다는 얘기.

가속감 역시 차고 넘친다. 최대토크가 61.7kg.m에 달해 제로백은 5.1초에 불과하다. 일상 영역에서는 후륜으로만 동력을 전달하는 에코 모드로 주행해도 충분하다. 평소 ‘펀카’를 선호하는 필자지만 이 차를 타는 동안에는 스포츠 모드가 아닌 노말 모드조차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운전자가 언제든 전륜의 모터를 깨워 더욱 빠르게 내달릴 수 있지만 그럴 일은 거의 없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NVH(소음, 진동, 불쾌감) 성능이다. 이렇게 무미건조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정숙하다. 윈드실드를 포함한 1, 2열 측면에 이중접합 차음유리가 적용돼 예상은 했지만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과 진동도 잘 억제했고 시속 100km를 넘어서도 A필러 부근에서 풍절음이 들리지 않아 놀랍다. 오히려 거슬리는 건 현대차가 넣어둔 액티브 사운드. ‘강하게’, ‘보통’, ‘약하게’ 3단계로 설정이 가능한데 끄고 다녔다. 가상 사운드가 고요한 실내를 헤치는 듯한 느낌이랄까?

시승하는 동안 가장 유용하게 사용한 기능을 꼽으라면 반자율주행 시스템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다음으로 믿음직스럽다. 강남으로의 출근이, 강남에서의 퇴근이 견딜 만했다. 꽉꽉 막혀도 문제없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 2부터 차로 이탈방지 보조,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지능형 속도 제한 보조, 차로 유지 보조 등 탑재할 수 있는 운전 보조 시스템은 모두 탑재한 것 같다. 과장해서 스티어링 휠만 1시간 30분 꼭 잡고 있으면 안전하게 집에 데려다줬다. 조금 아쉬운 부분은 2m 이내의 차량이 끼어드는 상황에서는 미덥지 않다는 것. 이외에는 차로 중앙을 잘 유지하고 앞차와의 간격을 잘 지키는 건 물론 제한 속도 구간에서는 스스로 감속해 집으로 과속 딱지가 배달될 일도 없을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으로 실내 공간을 얘기하며 글을 마치려 한다. 외관은 몰라도 실내는 대부분 마음에 들어 할 것 같다. 일단 드넓다. 현대차의 ‘E-GMP’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적용됐다. 동급 내연기관 모델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렇게 넓은 공간은 세련되고 감각적으로 꾸며져 있다. 전체적인 인상은 아이오닉 5에서 한 단계 진화한 느낌인데 가장 큰 차이점은 디지털 사이드미러의 위치가 좀 더 높아짐과 동시에 A 필러 안쪽으로 바짝 붙어 시인성이 개선됐다는 점이다. 윈도 스위치와 도어 락 등의 물리 버튼이 센터 콘솔로 옮겨진 것도 또 하나의 변화다.

2열의 경우 레그룸은 넉넉하지만 헤드룸이 살짝 타이트하다. 키 178cm 성인이 시트에 궁둥이를 바짝 붙이고 앉으면 천장에 머리가 닿는다. 트렁크는 조금 작다고 생각되는데 골프백의 경우 대각선으로 넣으면 2개 정도는 들어갈 것 같다. 패밀리카로는 아쉬운 부분이지만 1, 2열 관계없이 시트 착좌감이 편하고 열선, 통풍, 워크인 디바이스, V2L 등의 다양한 옵션이 적용된 것을 고려하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지금까지 좋은 전기차 아니, 좋은 차 아이오닉 6 롱 레인지 4WD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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