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했다. 전적이 있어서 그런 걸까. 정말 웃기는 짬뽕이다. 포뮬러 원(F1) 알핀 감독 오트마르 자프나우어(Otmar Szafnauer) 얘기다. 이 양반이 최근 한 F1 전문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시즌 페라리와 하스 머신이 서로 닮았으니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조사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페라리와 하스의 부적절한 파트너십 또는 레이스카 카피가 의심된다는 건데 이 말을 듣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내가 하면 로맨스(관례) 남이 하면 불륜(카피), 딱 내로남불의 표본이다. 자프나우어를 아주 짧게 소개하면 F1 대표 ‘카피캣’이다. 물론 당사자는 억울해할 수도 있겠다. F1 팀들이 새로운 머신을 개발할 때 컨스트럭터 챔피언 위닝카를 슬쩍슬쩍 모방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위권 팀들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자프나우어는 이 분야 스페셜리스트다. 타짜의 평견장이 화투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것처럼 위닝카를 내 것으로 만드는 예술적인 카피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불과 2년 전인 2020시즌 때 벌어진 사건이다. 당시 자프나우어는 애스턴마틴의 전신인 레이싱 포인트에서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었다. 부임 첫해인 2019시즌의 경우 팀 창단 등의 이유로 컨스트럭터 7위라는 순위표가 용서됐지만 2020시즌은 달랐다.  

부진했던 성적을 만회하기 위함이었을까. 자프나우어가 이끄는 레이싱 포인트는 2020시즌 레이스카인 RP20을 개발하면서 메르세데스 W10(2019)의 프론트윙과 노즈 디자인을 카피했다. 브레이크 덕트는 메르세데스의 것을 완벽하게 복사·붙여넣기 한 수준이었다. 오죽했으면 별명이 핑크 메르세데스였겠는가. 결국 레이싱포인트는 FIA로부터 15점 감점 페널티와 40만 유로(약 5억 3,0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당시 자프나우어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전에도 레드불 레이스카를 카피했고 이번에도 규칙에 준수해서 작업했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반박하며 많은 이들의 분통을 터뜨렸다. 더 놀랍고 화가 나는 사실은 자프나우어의 전략(?)이 유효했다는 점이다. FIA의 징계가 있었지만 카피한 파츠들에 대한 시정 명령은 내려지지 않아 레이스카의 퍼포먼스는 지킬 수 있었다. 이렇게 레이싱 포인트는 모터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는 부도덕적인 방법으로 컨스트럭터 최종 순위 4위에 올랐다. 과연 의미 있는 커리어일까?

이런 양반이 페라리와 하스 레이스카 간의 유사성과 파트너십 관계를 물고 늘어지니 불쾌하기 짝이 없다. 이제 모든 건 칼자루를 쥐고 있는 FIA에 달렸다. 현재로선 이 사안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지 더 나아가 부적절한 행위가 실제로 있었는지 등은 알 수 없다. 다만 필자는 카피캣 대부인 자프나우어가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자격이 없다. 참고로 나는 하스 팬도 티포시도 아닌 ‘해밀턴바라기’다. 그나저나 어디선가 권터 슈타이너의 찰진 ‘F’ 발음이 들려오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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